
1일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의 대법원 판결 결과가 나왔다. 이는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을 열흘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는데, 해당 사건의 주요 쟁점은 이재명의 '김문기 관련 발언'과 '백현동 사건 관련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재명의 허위사실 공표죄에 대해 재판에 참석한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유죄 판결에 동의했으며, 2명은 반대했다.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김문기 관련 발언은 골프 관련 발언에 한해 유죄라고 판단하였으며, 백현동 관련 발언 역시 유죄라고 판결내렸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유죄 취지 파기환송 시켰으며, 이에 구속되는 파기환송심 역시 이재명 후보의 허위사실 공표죄 혐의에 관해 유죄를 선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해당 판결 이후 야당 측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사법부를 향해 '사법내란세력'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해당 판결을 "사법 내란"이라고 평했으며, 과거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소속이었던 박진영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은 CBS 유튜브 '더라커룸'에 출연하여 "삼권분립이라는 것이 이제 막을 내려야 될 시대가 아닌가"라며 비난했다.
진보당 경기도당 역시 이에 편승하여 해당 판결에 관해 "이는 정치의 이름을 빌린 권력 사유화이자 민주헌정 파괴이며, 공정한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의 기회를 사법부가 봉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민주노총, 시민언론 민들레 등 수많은 진보 성향의 단체들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 내란'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이런 모습들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당사자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사법부를 '내란 세력'으로 몰아가고, 더 나아가서 사법부를 해체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것은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비정상적인 모습임이 분명하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판결 되었을 때도 똑같은 소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내용이었다. 이재명 후보가 "김문기를 모른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며,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사건 관련 발언'이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객관적 내용과 전체 취지,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김문기 관련 의혹과 백현동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린 것인데, 이들 중 유죄가 나온 부분만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김문기 골프 관련 발언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이 이재명 후보의 해당 발언과 관련해 "아무리 넓게 해석해도 '피고인이 B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뒤집고, "일반 선거인으로서는 피고인이 김문기와 해외출장은 같이 갔지만 해당 기간 중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되지만, 실제로는 골프를 친 것이 사실이므로 '골프 동반의 교유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발언 내용을 보면 단순히 국토부의 압박과 협박을 받았다는 막연하고 추상적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을 포함하는 진술로서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과거 백현동 관련 사건에 대해 국토부가 어떤 조항까지 근거로 들어 압박했는지 관련 자료가 적힌 패널까지 들고 이야기 했기 때문에 '과장'이 아니라 '사실의 공표'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요컨대 이번 판결은 지극히 납득 가능하고 상식적인 판결이었다. 원심 판결과 같이 '사진을 확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조작이라고 판결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원심 판결의 모든 부분을 뒤집은 것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실제로 백현동 사건 같은 경우는 이재명 후보가 당시 본인의 당선을 위해 허위사실을 당당히 퍼뜨리면서 행정기관에 자신의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통령 자격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응당 마땅한 판결이 나왔는데 달리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대법원 판결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졸속 재판'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해도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관해 '졸속 재판' 논란이 일었을 때는 어째서 가만히 있었는가?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사유가 되었던 혐의들 중 상당 부분은 형사재판에서 무죄 선고가 되었다.
더군다나 지금 나도는 말들은 그런 범주를 넘어섰다. 헌법상 명시되어 있는 3권분립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사법부의 권한을 대놓고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는데 누가 내란 세력인지 모르겠다. 입헌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발언을 스스럼 없이 내뱉고 있는데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운운하던 정치세력들이 맞는가?
유일하게 그들 말들 중 맞는 말이 있다면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주체는 본인들 스스로가 되고 있다. 헌법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누군가의 홍위병으로 활동하는 그대들 말이다. 본인들의 주장에 반대하기만 하면 내란세력으로 몰아가고 끌어내리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렇게 비판하던 파시스트 내지 극단주의 세력들과 무엇이 다른가.
아무런 타당한 이유 없이 단순히 자신들이 추종하던 누군가가 유죄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기관 중 하나가 무너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민주국가 시민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시민도 아니고, 개인도 아니며, 그저 누군가의 이권을 위한 부속품일 뿐이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