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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아청법 관련 팩트체크는 사실이 아니다.

 

19일, SBS에서는 '"여기가 중국이냐" 아청법 개정안 철회…따져보니 반전? [사실은]'이라는 제목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에 대한 팩트체크성 기사를 올렸다. 해당 기사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떠도는 주장인 "권위주의 국가들이나 만화로 표현된 아동 성착취물을 처벌할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이다.

 

내용을 자세하게 뜯어보자면, 독일과 일본은 영상물이든 그림이든 관계없이 아동 음란물은 무조건 처벌하고, 미국은 '성적 행위가 담긴 시각 묘사물이라면 만화라도 아동 음란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요컨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국가들이라고 할 지언정 아동 및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은 '가상의 창작물'이라고 할 지라도 엄벌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사가 나오게 된 배경에는 국회의 아청법 개정안이 있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만화책 등 인쇄물의 형태에도 아청법을 적용하는 개정법안을 발의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이는 친민주당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도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친민주당 성향을 띄는 루리웹의 소유자인 '진인환'씨가 아청법 관련 영장을 수신 받아 아청법 관련 논란이 재점화되게 되었다.

 

그렇다면 SBS의 이러한 보도는 사실일까? 일단 미국은 일정부분 맞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아동의 성에 관해서는 상당히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미 형법 제18조 1466A항에 의거하여 문학적, 예술적, 정치적 또는 과학적 가치가 없는 아동 포르노의 경우 이를 소지하기만 하더라도 처벌한다. 다만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이에 관해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거나 그를 묘사한 포르노로 인식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그러하고, 현실과 차이가 있다면 만화는 배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일본과 독일의 법 규정을 보자면 대한민국의 아청법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고, 오히려 심의가 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일본의 경우, 아동 포르노 금지법이 존재하지만 가상의 표현물에 해당하는 만화 및 애니메이션은 제외되며, 교복을 입은 성인 배우가 등장하는 포르노의 경우에도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또한 사실적인 CG로 제작된 경우라고 할지라도 모델이 실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아동포르노로 간주되지 않는다.

 

독일은 연방형법 제184b조 제6항에 의거하여 허구적인 소설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명백하게 가상의 창작물임이 드러날 경우,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나 실재 아동과 무관하다면 직접적이고 사실적인 성행위 묘사가 있어도 합법으로 취급한다. 다만 일반인의 관점에서 실제로 녹화된 아동포르노 같이 보이는 경우에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정리하자면, SBS의 보도는 사실과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해외의 아동 포르노 처벌 사례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오보를 낸 것이라고 판단된다. 자유진영에 속하는 많은 국가에서는 대한민국처럼 가상의 창작물에 단순히 '어려보이는'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해서 처벌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창작물에 대해 모호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아청법은 아동포르노(법률에서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라고 명명된다)의 기준을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성행위를 하는 필름, 비디오물, 게임물 또는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 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제작, 유포, 소지, 시청만 해도 처벌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법의 기준이 처벌 대상이 되는 표현물 속 등장인물의 실제 나이가 아니라 외견상으로 어떻게 '인식'되느냐에 따르므로 상당히 주관적인 기준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존인물을 대상으로 제작된 포르노의 경우에는 해당 인물의 나이를 외견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만화 등에 등장하는 가상 캐릭터의 경우에는 작가의 그림체에 따라 느껴지는 나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 즉, 이는 어디까지나 사건 담당판사의 재량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인데 이는 법치주의가 아니라 인치주의에 해당하며, 나아가 형법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분명히 대한민국 국회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아청법의 모호한 기준을 바로 잡고, 창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허무맹랑한 소리만 하고 있다는 것은 현 정치계, 언론계 등이 여성들의 심기를 건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없이 보여준다. 남성향 성인물에 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하면서도, 되려 남성이 성적대상화를 당하는 그런 사례에서는 관대한 것이 현실이 아니던가?

 

이번 SBS의 오보는 그러한 현실을 보여주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편향적이라고 할지라도 최소한 사실에 기반하여 뉴스를 보도해야 하는 언론이, 부정확한 정보를 마치 '팩트'인 것처럼 보도를 하는 모습은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 하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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