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각) 압수된 여권을 되찾는 데 성공한다면 오는 20일에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할 의향이 있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2024년 2월,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 브라질 대법원 판사는 보우소나루가 2023년 1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쿠데타 시도에 연루된 혐의를 조사하면서, 보우소나루의 여권을 압수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보우소나루는 트럼프의 취임식 초대장을 받았고, 그의 변호인을 통해 모라이스에게 여권을 반환해줄 것을 요청했음을 밝혔다. 보우소나루는 X의 게시글을 통해 트럼프의 두 번째 취임식을 "명예롭고 중요한 역사적 행사"라며 "가능하다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의 좌파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취임한 지 일주일이 지난 2023년 1월 8일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은 폭동을 일으켰고, 대법원과 타 정부 기관 건물에 침입하여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권력 이양에 항의했다. 공교롭게도, 보우소나루의 트럼프 취임식 초대 발표는 해당 사건으로부터 정확히 2년 뒤에 발표되었는데, 해당 사건은 2021년 1월 6일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과 비교되고 있다.
2023년 6월, 브라질 사법부는 보우소나루가 정부 공식 소통 채널을 이용하여 국가의 전자 투표 시스템이 해킹과 부정선거에 취약하다는 주장을 퍼뜨림으로써 권력을 남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보우소나루에게 2030년까지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또한, 보우소나루는 재임 중 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태를 위조한 혐의 외에도 쿠데타를 보의한 혐의로 형사 고발을 당했으며, 보우소나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와 보우소나루는 트럼프 정부 1기 때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심지어 트럼프는 보우소나루의 2022년 재선을 지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자의 선거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여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받았다'는 유사점을 공유한다. 보우소나루의 아들인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루는 두 사건을 비교하며, 현 법률 시스템을 향해 '역겨운 법전'이라며 비난했다.
에두아르도는 보우소나루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첨부된 영상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확실히 이런 측면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스스로를 동일시한다"며 "그 역시 미국에서 이런 사법 시스템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권 압수를 명령한 사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모라이스는 작년 브라질 사법부가 X의 브라질 내 운영을 금지시킨 이후 일론 머스크와 법적 분쟁을 빚었다. 해당 결정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표현의 자유 정책을 둘러싼 것이었는데, 해당 정책이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시우바가 2022년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사법부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X가 사법부의 요구를 준수하겠다고 약속한 이후, 해당 금지 조치는 해제되었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