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한 곤충학자의 경고가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렸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폴 에를리히(Paul Ehrlich) 교수가 펴낸 『인구 폭탄(The Population Bomb)』은 인류를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 갇힌 굶주린 쥐 떼'로 묘사했다. 그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수억 명이 굶어 죽고 인류 문명이 붕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오늘날, 조던 앤더슨 기고가는 내셔널리뷰(National Review)를 통해 "에를리히의 예언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정책적 재앙을 낳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기술의 승리, '멜서스 트랩'을 비웃다
에를리히의 가장 큰 실책은 인간의 혁신 능력을 상수로 보지 않고 변수로 취급했다는 점이다. 그는 18세기 경제학자 토머스 멜서스의 이론을 추종하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녹색 혁명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 박사가 개발한 고수확 품종과 현대적 농법은 식량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에를리히가 "결코 자급자족할 수 없다"고 단언했던 인도는 오히려 식량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인구는 35억 명에서 80억 명으로 늘었지만, 전 세계 빈곤율과 기아 지수는 반세기 전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서구의 '공포'가 제3세계 '폭력'이 되기까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에를리히의 이론이 권위주의 정권의 인권 유린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저서에서 "세금이든 처벌이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출산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인도의 비극: 1975년 국가비상사태 당시 인디라 간디 총리의 아들 산자이 간디는 대대적인 강제 불임 캠페인을 주도했다. 단 1년 만에 600만 명 이상의 남성이 강제로 정관수술을 받았으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진행된 수술로 수천 명이 사망했다.
-
중국의 상흔: 1980년부터 시행된 중국의 '한 자녀 정책' 역시 에를리히 식 인구 통제론의 극단적 결과물이다. 강제 낙태, 영아 살해, '검은 아이(호적 없는 아이)' 양산 등 수십 년간 이어진 인권 유린의 기반에는 인구 과잉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포드 재단 등은 인구 억제 프로그램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이 비극적인 정책들이 유지되도록 도왔다.
1만 달러의 도박: '자원 고갈'은 환상이었나
에를리히의 비관론에 정면으로 도전한 인물은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이었다. 1980년, 두 사람은 역사에 남을 내기를 한다. 에를리히는 인구 증가로 자원이 고갈되어 10년 후 구리, 크롬, 니켈 등 5개 금속의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사이먼은 인간의 기술 혁신으로 오히려 가격이 내릴 것이라며 1만 달러를 걸었다.
10년 뒤인 1990년, 결과는 사이먼의 압승이었다. 인구는 늘었지만 채굴 기술이 발전하고 대체재가 개발되면서 5개 금속의 실질 가격은 모두 하락했다. 에를리히는 패배를 인정하며 수표를 보냈지만, "자원은 유한하다"는 자신의 신념은 꺾지 않았다. 이 논쟁은 '인간의 창의성이야말로 궁극적인 자원(The Ultimate Resource)'임을 증명한 사건으로 기록된다.
헨리 키신저와 'NSSM 200': 인구 통제의 정치학
왜 당시 미 행정부는 이토록 인구 억제에 집착했을까? 그 해답은 1974년 작성된 기밀문서 '국가안보연구각서 200(NSSM 200)'에 있다. 당시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는 개발도상국의 가파른 인구 증가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인구 감소'라는 새로운 절벽 앞에 서다
조던 앤더슨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진짜 위기는 '과잉'이 아니라 '결핍'이라고 지적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이제 출산율 급락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연금 시스템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에를리히가 주장했던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애국"이라는 구호는 이제 각국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를리히는 최근 CBS '60분(60 Minutes)'에 출연해 "인류의 소비가 너무 과하며 여전히 인구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내셔널리뷰는 "자신의 예측이 처참하게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지적 오만을 버리지 못한 노학자의 고집이 현대 환경 운동을 극단적인 반(反)인류주의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데일리인사이트 이재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