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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주의만을 선택한 정당의 몰락

녹색정의당의 몰락이 보수에게 주는 의외의 교훈

10일 진행된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보수 성향의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108석을 사수하면서 개헌저지선만 지킨 씁쓸한 패배로 끝났다.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으며, 앞으로 친(親)윤계와 비(非)윤계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보수 지지층들에게 상당히 의미있는 교훈을 남겨줄 수 있는 장면을 하나 꼽아보자면 바로 녹색정의당의 원외정당행(行)이다. 녹색정의당은 무려 '0석'을 차지하게 되면서 처참하게 패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녹색정의당 소속 심상정은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진행했다.

 

녹색정의당은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좌파 정당으로, 그동안 PC주의적 어젠다를 계속해서 주장해왔다. 이들이 주장한 정책 및 법안으로는 차별금지법, 탈원전 등이 있으며, 특히 장혜영 의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한 전적이 있다. 심지어 그녀는 선거에서 패배하기 직전까지 "페미니스트 없는 22대 국회가 두렵다"며 페미니스트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녹색정의당은 페미니즘과 PC주의를 내세우는 것에 있어 여타 좌파정당들보다 앞장서는 선두주자였다. 그런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원외정당으로 추방된 것은 이번 정치 지형에 있어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1. 정의당의 발자취 : 페미니스트들의 반민주적 정당 운영

 

 

밤 깊은 마포 종점, 갈 곳 없는 유권자

파란당은 너도 싫고, 빨간당은 나도 싫다

 

위 구절은 녹색정의당 소속 후보 장혜영의 선거유세곡 중 일부다. 그러나 재미있게도, 이번 총선의 유권자들은 파란당과 빨간당으로 몰렸으면 몰렸지, 녹색정의당에는 그닥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이들이 왜 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녹색정의당의 전신이 되는 정당들 중 정의당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정권심판론과 보수층 결집 현상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대한민국 페미니즘의 부흥기인 2016년, '클로저스 티나 성우 교체 논란' 등의 사건에서 급진 페미니스트를 옹호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당시 이들은 남성혐오적 어젠다를 스스럼 없이 표출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와 '워마드' 등을 감싸면서 이들을 마치 '유리천장과 계급사회에 저항하는 선량한 약자들'처럼 포장했다. 심지어 심상정 대표는 결의문을 통해 "못 가진 사람은, 사회적 약자는 위악이 투쟁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망언까지 쏟아냈다.

 

이후 이러한 정의당의 노골적인 남성혐오 세력을 옹호하는 듯한 모습에 당원들이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의당은 당원 게시판 폐지를 모의하고, 반대파를 축출하려는 시도까지 하게 된다. 실제로 정의당 내 계파 중 하나인 '평등사회네트워크'의 단톡방에서는 메갈리아 사태로 나빠진 여론의 책임을 뒤집어 씌워 반대파를 축출하고, 여론조작이 여의치 않으면 당원게시판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오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정의당은 페미니스트들과 PC주의자들의 본진으로 거듭나기 시작했으나, 한편으로는 민주적인 정당과는 거리가 먼 모습들을 보여왔다. 그런 모습에 원래 지지층들은 점점 정의당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결국에는 과격한 페미니스트들만 당에 남아 고여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녹색정의당 역시 결국에는 이런 정의당을 계승했으니, 지지층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안 봐도 뻔한 일이다.

 

2. 각 정당들의 총선 준비 과정

그렇다면 이런 페미니즘 정당 하나가 몰락한 것이 왜 선거의 판도를 바꿨다고 이야기하느냐, 이는 다른 정당들의 총선 준비 과정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녹색정의당은 선거 준비과정에서 한결같이 페미니즘 어젠다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녹색정의당은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을 선거대책위원회 후원회장으로 내세우고 '성평등 정치'라는 의제를 내세웠다. 유세 과정에서도 이들은 페미니즘에 집중하면서 '성평등부 신설', '남녀동등권 헌법명문화', '비동의강간죄 도입' 등을 약속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역구 여성 공천 30% 이상'이라는 공직선거법의 권고조항을 준수했다는 점을 자랑했다는 점이다.

 

당연하지만, 다른 정당들은 그러지 않았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얼마 전 뜨겁게 논란이 되었던 비동의간음죄에 대해 반대 스탠스를 보였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왜 비동의간음죄가 통과되면 안 되는지 장관 시절부터 누누히 설명해왔다. 또한 영입인재도 대부분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인사들이었으며, 여성가족부를 통폐합 한 뒤 인구부를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내건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보다는 조금 페미니즘에 친화적이었으나, 페미니스트 세력과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비명계의 공천학살 과정에서 박지현·정춘숙·박성민·권인숙 등 페미니스트 운동가 출신 후보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되었다. 또한 비동의간음죄 공약이 논란이 되자 '실무적 착오'라며 빠르게 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전의 민주당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애초에 페미니즘보다는 '정부심판론'을 우선으로 내걸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처사이다.

 

조국혁신당 대표인 조국 역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페미니즘 진영 자체와는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정당들 역시 페미니즘 자체를 전면으로 내세운 정당은 없었다. 그것은 녹색정의당이 유일했다. 그런데 결과는 솔직하다. 녹색정의당의 득표율은 2.14%였다. 전광훈 목사와 관련된 자유통일당의 득표율인 2.26%보다도 모자라는 충격적인 결과다. 누가 감히 원내정당이었던 녹색정의당이 원래부터 원외정당이던 자유통일당에 밀릴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결국 페미니즘 하나만 믿고 가던 정당의 비참한 패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3. 국민의힘에 등돌린 이대남들과 더불어민주당에 몰표를 준 이대녀들

녹색정의당의 패망과 함께 봐야할 것은 각 연령대별 및 성별 간 지지후보 양상이다. 이번 총선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지역구 선거의 경우 20대 남성들의 지지세는 민주당 46.4%, 국힘 47.9% 등으로 비교적 양당을 균등하게 지지하는 모양세를 보였으나, 20대 여성의 경우 민주당 58.6%, 국힘 25.3%로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례선거는 더욱 성향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20대 남성의 경우 더불어민주연합 26.6%, 국민의미래 31.5%, 녹색정의당 1.7%, 새로운 미래 1.5%, 개혁신당 16.7%, 조국혁신당 17.9%로 지지세가 비교적 고르게 분배되나, 20대 여성의 경우 민주연합 51%, 국민의미래 16.7%, 녹색정의당 5.1%, 새로운 미래 2.0%, 개혁신당 3.9%, 조국혁신당 18.5%로 민주당 계열 정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앞선 선거들과 상당한 차이들이 있는데, 바로 20대 남성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1년 서울특별시장 재보궐선거 당시를 생각해보면, 당시 20대 이하 남성들은 72.5%가 국힘 소속 오세훈 후보를, 22.2%가 민주당 소속 박영선 후보를 지지했다. 또한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20대 남성 58.7%가 국힘 소속 윤석열 후보를, 36.3%가 민주당 소속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총선에서 20대 남성의 지지가 과반도 안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점차 등을 돌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20대 여성은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과반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보아 알 수 있는 점은 이대남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아니지만, 이대녀는 콘크리트 지지층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대남들은 왜 국힘에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는가. 이는 이대남의 지지를 받았던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까지 이들의 여론을 만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층의 바람과는 달리 해당 문제에 크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비춰졌고, 그들은 '윤석열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 예산 중에서 여성 단체 지원금 예산을 삭감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문제에 있어 그저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해 정책 진행이 어렵다"는 말만 늘어놓는 것은 이대남들에게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최소한 대통령령을 통해 여가부의 권한을 사실상 정지시켜버리는 시도를 꾸준히 보였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이대남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예산을 증액했다'는 선동까지 먹혀들어가 민주당을 찍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국힘이 민주당과 김준혁 후보의 막말 논란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워딩도 문제가 있었다. 한동훈은 PK 격전지를 찾아가 여성유권자들에게 "여성혐오에 있어서 역사적 후퇴는 민주당의 아이덴티티"라고 말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이를 본 이대남들은 민주당을 조롱하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욕하자고 페미니스트 본거지인 이화여대를 옹호하긴 싫다", "여성혐오라니, 국민의힘이 아니라 페미의힘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결국 결과는 어찌되었는가. 여성 유권자들은 국힘보다는 민주당을 선택했고, 남성 유권자들만 실망하는 결과만 낳게 되었다. 최소한 김준혁과 민주당의 막말 논란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려고 했다면 '민주당의 거짓말과 선전 선동'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그들이 이야기했던 역사가 철저히 거짓에 기반했다는 점에만 집중해 민주당의 추악함만을 부각해야 했다.

 

그러나 국힘은 그러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20대 남성들의 표를 잃었고, 절반 정도나 되는 남성들이 야당을 찍는 사태가 벌어졌다. 집토끼라고 생각했던 이대남들이 알고보니 그 누구보다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투표를 했을 줄은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즉, 이제는 '그래서 민주당을 뽑을 것인가'라는 말로는 이대남들을 공략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4. 보수정당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녹색정의당의 몰락, 그리고 이대남들의 국힘 지지 이탈, 이 두 가지가 보여주는 것은 페미니즘은 보수정당을 이기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들이 택할 수 있는 것은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보수주의의 원칙에 입각하여 상식과 정의가 바로 선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년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페미니즘과 거리를 두는 모습은 비단 국민의힘만 보인 것이 아니다. 상술했듯이 더불어민주당도 페미니스트들을 경계하고 있으며, 조국혁신당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민주당은 페미니즘이라는 이름만 쓰지 않았지, 실질적으로는 페미니즘과 별 다를 것 없는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인데, 콘크리트 지지층인 여성들을 달래면서도 4050 남성들을 자극하지 않아 두 마리의 토끼를 한번에 잡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국힘은 상황이 다르다. 대체로 국힘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차마 민주당은 찍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런 경향은 이대남들 사이에서 강한데, 이들은 국힘이 크게 맘에 들지는 않지만, 민주당이 승리한 이후 자신들에게 닥쳐올 미래를 걱정하면서 어쩔수 없이 국힘에 표를 던진 경우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국힘이 아닌 '개혁신당'이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나자 일부 표심이 그쪽으로 이동하지 않았는가?

 

이제 우리는 바뀌어야 한다. 특정 여성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정당화하고, 남성들을 탄압하려고 드는 페미니스트들에게 당당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존에 존재하던 '남성 문화'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아름다운 여성을 찬미하는 것을 '성적 대상화'라고 몰아가면서, 동시에 남성을 향한 성적 대상화에는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기주의자들을 비판하고 과감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물론 어려울 것이다. 갈 곳을 잃은 페미니스트들은 이제 더욱 은밀하고 치밀하게 기존 정치권으로 잠입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보수정당이라는 점은 이수정과 김영주의 사례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보수주의라는 원칙을 확실하게 갈고 닦아서, 페미니즘에 대항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 미래는 없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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