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2025년 5월 22일, 'One Big Beautiful Bill Act'(이하 OBBBA)를 하원에서 1표 차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총 1,100페이지 분량의 대규모 입법 패키지로, 2017년 감세법의 영구화, 복지제도 개편, 국방과 국경 강화, 인프라 투자, 에너지 규제 완화 등을 아우르는 내용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극 지지한 이 법안은 현재 상원 심의를 앞두고 있으며, 7월 4일까지 대통령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제 측면에서 OBBBA는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도입하고, 자녀 세액공제를 2,500달러로 상향하며, SALT(주·지방세) 공제 한도를 기존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확대한다. 또한 미국산 자동차 구매 시 최대 1만 달러까지 공제가 가능하며, 해외 송금액에 3.5%의 세금을 부과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해외송금 문제는 본국으로 송금하는 남미 출신 불법이민자의 이해관계를 직접 건드린다.
복지 부문에서는 메디케이드Medicaid와 SNAP(푸드스탬프)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성전환 치료 및 낙태 관련 보험 지원을 제한하며, 복지 수급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근로 요건(work requirement)을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회예산국(CBO)은 이로 인해 약 780만 명이 보험을 상실할 수 있으며, 전면 시행 시에는 1,09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방 및 국경안보 부문에서는 드론 및 미사일 방어체계(Golden Dome) 확충을 포함한 1,500억 달러 규모의 국방 예산이 배정되었고, 국경 보안 강화를 위한 700억 달러가 책정됐다. 항공 인프라 개선을 위해 FAA 시스템 현대화에 125억 달러가 투입된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청정에너지 세제 혜택을 축소하고, 화석연료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태양광·풍력이 아니라 원자력·수력·지열 산업을 밀어준다는 것이다. AI 관련 규제는 향후 10년간 주 정부 수준에서 유예되며, 일부 사법적 책임 제한 조항도 삽입되어 있다.
재정적 측면에서 CBO는 이 법안이 향후 10년간 2.4조 달러의 적자를 추가로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최대 2.8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무디스(Moody's)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법안이 사실상 '리버스 로빈후드(reverse Robin Hood)'라고 지적했다.
법안에 대한 여론도 갈리고 있다. 퀴니피악(Quinnipiac)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3%가 법안에 반대하고 있으며, 찬성은 27%에 그친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이를 경제 성장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저소득층을 희생시키는 대형 감세·복지 삭감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 법안을 '역사적 개혁 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이 법안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복지 개혁과 감세, 에너지 탐사 확대, 국경 강화를 아우르며, 재정적 책임까지 실현한 패키지"라고 평가했다. 주요 산업계는 이 법안을 경제 회복과 미국 에너지 패권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부 공화당 내 중도파는 메디케이드삭감과 부채 증가 문제를 들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메디케이드 삭감, AI 규제 유예, 사법 책임 제한 조항은 상원 심의 과정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최종 법안이 어떤 형태로 확정될지, 미국의 재정과 복지,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데일리인사이트 이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