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아래 기사는 내셔널리뷰의 노아 로스먼이 작성한 칼럼 기사인 'The Pike Place Proletariat: 'Barista Socialism' Is a Metaphor No More'을 번역한 것이다. 본문에서 언급되는 '바리스타 사회주의'의 의미는 전통적 노동계급과 괴리되어 있고, 대학교육을 받으면서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좌파들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비꼬는 용어로, 이들은 주로 저임금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미국기업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바론은 2023년 상반기부터 "미국의 양당을 뒤흔들 이념적 분열이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그는 현재 우익 진영에서 주도권을 다투고 있는 '쇄국적 민족주의'(Isolatist Nationalism)과, 리버럴은 물론 진보진영까지 대체하려는 사회주의적 반란까지도 예견했다. 그리고 후자의 사회주의 그룹에 관해서는 '바리스타 사회주의'의 선봉이라고 불렀다.
사실 이는 경멸적인 표현에 가깝다. 그러나 맑스 스스로 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던 프롤레타리아의 모습과는 전혀 유사하지 않은 정치적 좌파의 혁신성을 묘사하기에는 상당히 간결하고 적절한 단어였다.
맑스주의자들은 사회주의적인 격변의 기회가 공장 노동 시스템에 의해 박탈당했다고 생각한다. (맑스주의자의 시각에서) 누군가는 위험한 환경에서 장시간 일했고, 누군가는 정규 교육을 받기 어려운데다 어떠한 상업적 도구(자본)도 소유하지 못했다. 즉, 무자비한 기계 속의 톱니바퀴처럼 일만 한 것이다. 이들의 가치는 전적으로 고용주에게 달려있었고, 노동에 대한 경쟁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의 '잉여가치'는 최대한 착취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소모된 노동자들은 버려질 예정이었다.
맑스주의적 이상은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의 현실과 결코 양립할 수 없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의 지도부는 충분한 물질적 안정을 바탕으로 혁명 정치에 대한 낭만을 꿈꿀 시간을 보낼만큼 안락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상가들로 가득 찼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는 한 세기가 넘게 '바리스타 사회주의'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이런 비유적 표현이 이제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자칭 사회주의자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지역 스타벅스 카운터 뒤에 앉아 있는 '억압받고 예속된' 사람들을 대신하여 전면적인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 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조란 맘다니는 X를 통해 "전국 스타벅스 직원들이 불공정 노동 관행에 저항하는 파업에 돌입하여 공정한 노동계약을 요구하고 있다"며 "계약관계가 없으면 커피도 없다"(No Contract, No Coffee)는 시위 슬로건을 인용했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약 24만명 중 약 1000명이 파업에 돌입한 것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맘다니 뿐 아니라, 시애틀시의 시장으로 당선된 사회주의자 케이티 윌슨은 파업 중인 스타벅스 노동자와 함께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녀는 "스타벅스가 막대한 부를 얻게 된 것은 바리스타들의 공로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에 동의하며 "CEO에게 9600만 달러를 임금으로 지불할 여력이 있다면, 노동자들에게 생활 임금과 적절한 복리후생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X를 통해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스타벅스 노조가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 최장 파업'을 예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노동자는 USA투데이 기고문에서 "스타벅스가 명성의 찌꺼기로 연명하고 있다"며 "시급 17달러의 임금으로는 집세, 생필품, 그리고 물가가 비싼 시카고에서 생활하는 어머니의 의료비를 감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탄했다. 게다가 회사 경영진들이 1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받고 수백만 달러 규모의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를 타고 이동한다는 사실에 더욱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자신과 다른 파업 참가자들이 고객들의 편의와 함께 자신들의 근무 조건도 개선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제공하는 시간당 30달러의 보상 패키지, 18주간의 유급 가족 휴가, 4년제 대학에 대한 100% 학비 지원 등의 사내복지를 누릴 만큼의 근로 시간을 얻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각주: 스타벅스사의 사내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주 2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지만 직원들을 현행 계약대로라면 주당 19시간 이상 근무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그들은 근무시간 연장, 임금 인상, 직원 증원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스타벅스 경영진 측은 "노조의 제안 중 일부가 스타벅스의 운영 방침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NBC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매장에 5개 이상의 주문이 밀려있을 경우에는 노동자에게 모바일 주문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사는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고 대기 시간을 줄일까, 아니면 더 적은 수의 직원들에게 더 적은 일을 시키고 임금을 인상할까?
현재까지 양측의 교착상태는 지속되고 있다. 스타벅스 전체 직원 수에 비해서 노조 가입률이 낮다는 점을 보아, 미국 내 젊은 사회주의 운동가들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갈등은 가시화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투쟁은 사회주의 좌익세력이 끌리는 '대의의 질'과 미국 정치에서 가장 계급 의식이 강한 파벌 중 하나인 소위 프롤레타리아 간부들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