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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죽어가고 있는 이유

행정적 비대화를 제쳐 놓더라도 어쩌다가 대학 교육이라는 지적 원천이 오염된 걸까?

 

대학은 완벽한 수준으로 진보적인 사회에 가장 가까운 곳이며, 점점 그 자체가 존재 목적이 되어가고 있다. 보수 성향 교수진의 비율 감소는 수십 년 동안 지속된 현상이며, 현재 그 끝에 도달했다. 진보적인 대학은 마치 중세 수도원처럼 완벽한 사회를 만들 의무감을 느끼고, 자신들을 통해 나머지 세상을 구원하는 축복과 도덕적 변혁을 가져오고자 한다.

 

많은 대학들이 청년들을 교육하고 이들이 사회의 리더 역할을 맡을 준비를 시키는 것과 같은 본래 목적보다 학교 생활 관리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을 들이고 있다. 현재 존스 홉킨스 대학(Johns Hopkins University)에는 교수 한 명당 7.5명의 관리자가 있다. 예일대는 최근 학년도에 4,703명의 학부생만이 등록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및 전문 인원이 5천 명에 달한다. 학생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잠재적인 문제를 상담사뿐만 아니라 관료 조직 전체가 나서서 해결하는 상황이다.

 

진보 진영은 마치 학생들이 거대한 관료 조직을 통해 사회 교류를 관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려 한다. 그렇게 캠퍼스 생활을 마친 학생들은 기업, 시민 사회 또는 비대학 교육 기관에서 인사부와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사무소와 같은 권력집단을 재구축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진보적 유토피아라는 것이 엄청난 법적, 재정적 특혜를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회보다 더 빨리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학 등록률은 10년 전 정점을 찍은 이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다. 먼저, 금융 붕괴 이후 등록금이 일반 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오르면서 학생들이 대학의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 또한 팬데믹이 등록률을 더 떨어뜨렸다. 게다가 새로운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형태가 문제가 되면서 학생들이 갈 길을 잃게 됨에 따라 또 한번 등록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지속되는 등록률은 하락 소식은 금방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오늘날 일본(최근 한 기저귀 제조업체가 유아 시장을 포기하고 노인층에 집중하는 사례)과 같은 장기적인 인구 감소 추세에 접어들면서 대학생 인구가 실질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대학 부문이 작아지는 것 자체는 슬퍼할 일이 아니다. 최하위 계층의 대학과 기존 대학이 주도하는 많은 야간 및 주말 프로그램은 명백히 돈만 밝히는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해당 대학들은 교육과 사회 발전에 있어 형편없는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대학 졸업생이 비졸업생보다 100만 달러 더 많이 번다는 낡은 통계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5년간 수료율이 3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수치 또한 봐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5만 달러 이하의 저임금 서비스업 종사자 계층에서 일하게 되고 이들은 연방 정부의 규제로 인해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되는데, 빚에 해당하는 돈은 6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교수와 학교 생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 직원들에게로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다행인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대학을 지탱했던 지적 원천이라는 역할이 오염됐기 때문에 대학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급진주의자들은 각종 기관들을 장악해나가면서 미셸 푸코와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들의 이론과 루이스 알튀세르, 질 들뢰즈와 같은 해체주의 이론가들의 이론을 가져왔다. 그 결과, 전체 분야와 기관들이 지성에 의해서 발견되는 진리에 따라서 운영되지 않고, 진리가 아님에도 이기적인 권력 행사라는 속내를 감춘 '진리의 체제'를 믿는 사람들에 의해서 운영됐다.

 

이런 종류의 음모론적 세계관은 고귀한 목적을 추구하는 지적 추구를 강탈할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축되게 만든다.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을 잃게 하고 도덕적 선택권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모든 정치적 이상은 허울뿐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항상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행동하고 윤리까지도 제쳐두고 행동하도록 만든다. 다시 말해, 학계가 지적,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지는 깊은 냉소주의에 굴복하게 된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수많은 고위 학자들 사이에서 연쇄적인 지적사기(intellectual fraud), 심지어 노골적인 표절 행위가 발견되는 건 당연한 것이다. 그들이 주창하는 세계관에 따르면, 이를 타락한 인간 본성의 결과라기보다는 고질적이고 치료불가능한 이기주의의 필연적인 결과로 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지적 냉소주의가 지적인 업무와 우리 문명 전체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미래를 위해서 도덕적, 지적 자원을 보충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원을 소모하고 있는 가운데, 대학이 죽어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이미 고등교육을 사기극으로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대부분의 지적 담론까지도 단순한 선전 선동적 조작으로 바라본다. 

 

대학이라는 개념은 공허해졌고 엘리트를 양성하는 주요 기관은 부패했으며, 더 이상 본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됐다. 우리는 이제 급진적인 개혁, 복원, 혹은 혁명, 어쩌면 이 세 가지 모두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데일리인사이트 김현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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