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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지갑 털어가는 고액 취업마케팅 시장, 이대로 괜찮나?

고액 결제를 유도하지만 "성공하면 컨설팅 덕분, 실패하면 개인 탓"

 

취업시장이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고액 취업마케팅 시장이 조용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30분에 8~10만원, 1시간에 15~33만원에 이르는 고액 취업강의와 상담은 소수의 눈부신 합격후기 몇 장과 자극적 카피를 내세워 불안한 취업준비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부 업체는 취업준비용 몇백만원대 패키지 상품까지 내놓았다.

 

홍보 문구를 보면 패턴은 거의 비슷하다. 6개월에서 1년간의 공백은 몇천만원의 연봉 손실이라며 취업준비생의 조급함을 건드린다. 지금 쓰는 컨설팅 비용은 나중에 받을 연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현재의 지출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합리화하며, 거액을 결제하도록 유도한다. 그 돈을 마련하려면 누군가는 물류센터, 편의점 등에서 꼬박 며칠을 일해야만 한다. '취업은 투자'라는 말 한마디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자극적인 문구는 여기서 한 번 더 세게 나온다. 업체들은 "이것만 바꿨더니 무스펙, 무경력도 대기업 합격", "N번째 탈락한 취준생이 이 컨설팅으로 몇 주 만에 최종합격", "저스펙 지방대생도 대기업 합격" 등의 문구들로 취업준비생들을 유혹한다. 한 시즌에 나온 합격 사례를 여러 시즌에 걸쳐 재포장해 마케팅한다. 광고 문구에 따르면, 마치 이 컨설팅만 받으면 누구나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취업이라는 절박함을 담보로 한 과장광고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은 차갑게 얼어있다. 채용공고는 줄어들고, 그 자리에 몰리는 사람의 수는 해마다 기록을 갈아치운다. 이런 상황은 취업마케팅에서는 외면된다. 자극적 합격 문구와 컨설팅에 대한 긍정적 후기만 집중 조명될 뿐이다.

 

소수의 합격 사례는 자극적 카피로 재가공돼 SNS에서 계속 확대생산된다. 그에 비해 대부분에 해당하는 수십, 수백, 수천 명의 불합격자는 직무역량이 부족해서, 개인의 노력이 부족해서, 경험이 없어서, 인사이트가 약해서 등의 말로 조용히 사라진다. 성공하면 컨설팅과 고액강의 덕분이고, 실패하면 온전히 개인 탓이 된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비싼 비용을 지불한 취업준비생은 좌절감을 느끼며 돌아오곤 한다. 실패의 이유를 온전히 자기 안에서만 찾게 만드는 이런 방식은 광고에 대한 대한 책임 없이 개인의 노력을 탓하는 구조적 가스라이팅에 가깝다.

 

고용축소, 경기불황, 중고신입 선호처럼 취업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취업마케팅 속에서 취업실패는 거의 항상 개인의 능력과 자질 문제로 간주된다. 그러는 사이 취업 실패가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믿게 된 취업준비생들은 시간과 경제적 손실, 무너진 자신감을 떠안은 채 조용히 은둔 속으로 들어간다.

 

취업이 점점 로또처럼 변해가는 틈을 타서 취준생의 불안 심리를 수익 모델로 삼아 고수익을 올리면서도,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취준생 개인에게만 전가하는 이 기괴한 취업마케팅 시장,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데일리인사이트 최정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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